휴먼 디자인
레이브 리턴 리딩 후기
인식이 주는 평화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멈춰버렸다. 나의 작년이 그러했고, 올해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여전히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잠수 탄’ 상태이다. 아예 모든 연결점을 끊어버린건 아니지만 확실히 코로나 전후로 나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좀 더 나의 모습에 가까워질수 있었던 것 같다. 프로젝터 타입에 부족 회로가 의식 차원에서 하나도 없는 나는 지금 서로 간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약간은 경계하는 이런 상황이 평화롭고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나 자신으로 있기에는 아주 적절한 때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현실적인 걱정도 물론 함께 따라오지만, 몇 년전에 비해서는 훨신 낫다고 느껴진다.
올해 레이브리턴에는 감정과 관련된 회로가 강하게 들어와서, 감정 미정인 내가 감정 정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 가이드님도 이 지점에 대해 미리 언급해주셨다. 그리고 설마설마 했는데 정말 그 경험이 진행중이다. 이런게 정말 몸으로 와닿는다고? 신기하면서도 오싹하고 무섭다. 단지 덧입혀진 건데 작년과 지금의 내가 확실히 다름을 느끼고 있다. 지금도 해야할 것들은 있는데, 정보가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정리되지 않아서 일단은 적어놓고 시작하는데 어쩔때는 적어두는 걸 잊기도 한다. 하나씩 빼먹었다가 나중에 알아차리고 아차,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경험들이, “이제야 실감난”다. 감정 정의로 살아가는 입장이 들으면 기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이제서야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로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저게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프로젝터 타입 특성에서 비롯되는 통찰, 꿰뚫어 보는 그런거 덕분에 어떤 면에서는 ‘그냥 모든게 완벽한거 같은’ 나만의 틀에 갖혔던 때가 있었던거 같다. 그런데 사실 세상의 절반은 감정 정의이고 제네레이터들이 대다수인데 이제야 그들의 시선과 속도에 내가 얼추 맞춰진 느낌이다. 사실 이거도 올해에 잠시 ‘덧씌워진’ 거라서 2021년 9월 초 이후에는 달라지겠지만.
확실히, 이전보다는 정보가 들어오는게 속도가 늦고, 문장은 제대로 읽었는데 잘못 읽고 오해했다가 시간이 흐르고 다시 읽고 이해하기도 하고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다. 얼마전 레이브리턴 리딩 텍스트로 옮겨둔 걸 다시 읽으면서 손으로 필요한 내용만 다시 적어 옮겨뒀는데도, 왜이렇게 혼란스러워, 왜이렇게 뭐가 많아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하루이틀 뒤에 다시 읽으니 내용이 다시 와닿고. 만약 이런 상황을 레이브리턴의 일부라는 사실과 함께 인지할 수 없었다면 스스로 더 큰 혼란과 좌절에 빠졌을 것이다. 안그래도 며칠 전, 레이브리턴 환경 부분 옮겨둔걸 읽다가 아차, 헉,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나의 그 모습이 설마 환경인가 싶어서 소름이 오싹 돋았다. 레이브 리턴 리딩 덕에, 환경에 휩슬리지 않을 수 있게 된거 같다. 정말 실용적이다.
‘메커니즘’이라는 부분은 스스로 깨우치기 너무 힘든 부분인거 같다. ‘무의식’ 부분만큼 와 닿는 속도도 느리고, 스스로 받아들이기도 힘든 지점이 분명히 있다. 나의 경우, 내 딴에는 억울해서 남에게 속상해서 하소연하는게 내 디자인으로 인해 타인에게 감정섞인 비난으로 발산되게 된다는 점이 분명히 나에게 억울한(?) 지점이였다. 그런데 추상회로가 안좋은 방식으로 발현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나의 작년 모습을 통해서, 내가 목격한 몇몇 케이스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봐버렸다. 일렬의 사건들을 통해 그간의 나를 되돌아봤다. 솔직히 반 정도는 억울하긴 하다. 나는 내 속내도 못 털어놓고 사나, 라는 느낌.
인간적인 감정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지점이 분명히 있다. 감정 미정에게 요동치며 들어오는 파동,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듯한, 온 몸을 찌르고 들어오는 짜증과 두려움이 온 몸을 감싸고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하는 그 센터의 파동, 어떤 때는 엄청난 울림과 감동을 주지만, 세상 속에서는 그저 증폭과 폭주만을 일삼으며 주변을 휘저으며 살아가는 감정파동 에너지들. 그런데 감정 미정이지만 추상 회로를 가지고 있어서 내가 초대없이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했을 때 저런 느낌들이 섞여들어갈수도 있겠구나- 라는 알아차림이 슬며시 내 몸으로 와닿으니 그제서야 서늘하게 등골이 오싹 선다. 내가 저런 모습이였던가, 싶은 자괴감. 그리고 난 감정 정의도 아닌데 내가 왜, 라는 억울함. ‘내가 머리로 받아들이기 힘든 지점’이 있는게 그걸 설명할 수 있는게 ‘무의식’과 ‘메커니즘’ 부분이라 인지한다 해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확실히 많이 걸린다. 요동치는 감정파동/기계적인 메커니즘. 분명히 대척점에 서 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이게 마음으로, 가슴으로까지 내려가기에는 시간이 수없이 많이 걸린다.
작년에 새턴리턴이 정착했다고 들었고, 그러고 일년이 또 지났다. 만으로도 30살이 딱 되었으니 아, 라는 느낌이 온다. 개인적으로 작년은 너무 힘들었다. 올해는 여전히 ‘한계’속에 있지만 고요하다. 코로나가 만들어 준 세상 덕분인지, 아니면 나의 내면이 고요해진 건지는 알 수 없다. 돌이켜보면 한계는 늘 느껴왔던 것 같다. 타입을 알기 전에 늘 처절하게 느껴왔던 한계 그리고 차가운 벽. 대체로 세상은 그것을 “이겨내고 해쳐나가야”한다고 가르친다. 그 속에 머물면서 성숙할 수 있다는 내용은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세상의 에너지는 있는 힘껏 몰아치며 모든 인간을 바깥으로 내돌도록 했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숙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혼돈속에 빠졌다. 시간이 걸려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있다는 걸 거의 경험하지 못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랬던 모습을, 전염병이 한순간에 정지시켜버렸다. 일년 후인 지금 백신 주사의 접종이 진행 중이지만 이런 상황들이 한번 정리된다해도 이삼년 정도 걸리리라 혼자 예상해본다. 그리고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인지 중이다.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는, 문구를 읽었다. 그런 경우를 실제로 최근에 목격하기도 하였다. 그런데도, 딱히 그 모습이 보기싫거나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그 또한 과거 내 모습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옛날엔 ‘아는 범주가 거기까지’이기도 했고. 일종의 오만함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오만함을 한번에 꺾어버린게 나에게는 휴먼디자인, 그리고 새턴리턴이였지 않나 생각도 해 본다. 안 아팠다고, 안 고통스러웠다고는 감히 말 못하겠다. 너무 우울하고, 가라앉고, 자괴감에, 처절하게 힘든 시간을 보냈던거 같다. 그래도 “내가 어떤 부분에서 실수했던거 같고”라는 인식이라도 가진 체 “두들겨 맞았으니” 이유도 모르고 일방적으로 맞은거보단 낫지 않나 스스로 위안해 본다.
나는 스스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디 비교할 것도 없고, 나를 내세우며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그저 고요해진 나 자신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이제야 하나씩 되짚고 회상하며 반성하고 스스로 해 나가는 중이고, 우선은 이렇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내 자리에서의 고민과 갈등, 생계에 대한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지난 10여년간의 치열했던 20대 때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휴먼디자인을 알았건 몰랐건 내가 애쓰고 열심히 고민하고 갈등하며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 지금의 내가 ‘무엇이 소중한지’를 알 수 있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대체로, 양쪽 생각 사이에서 왔다갔다 한다. 와 진짜 망했네, 이젠 다 끝났다,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이정도면 복받은거 아닌가, 하는 두가지 생각을 왔다갔다 한다. 자신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는 지식과, 나에게 매년 덧입혀지는 에너지의 성격이 어떤건지 정보라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중심을 잡음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냥, 아주 행복하지도 아주 불행하지도 않은 채 매일매일 내가 해야 할 것들을 하면서 조용히 살아가는 중이다. 생일을 기준으로 나의 남은 올해도 잘 지낼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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